후치와 프로도 — 평범한 자가 운명을 짊어지는 두 결

〈드래곤 라자〉의 후치와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두 인물 모두 '평범한 자가 거대한 운명을 짊어지는' 결을 가지고 있는데, 그 결의 차이가 두 작품의 결을 결정합니다.

같은 결, 다른 무게

〈드래곤 라자〉의 후치 네드발과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배긴스. 두 인물은 모두 평범한 자가 거대한 운명을 짊어지는 결을 가지고 있어요. 한 명은 시골 청년, 한 명은 호빗. 둘 다 영웅이 될 자질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물이 결국 작품의 가장 중요한 결정을 짊어지죠.

그런데 이 같은 결이 두 작품에서 완전히 다른 무게를 만듭니다. 그 차이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후치 — 평범함을 끝까지 지킨다

후치의 결은 평범함을 잃지 않는다에 가깝습니다. 거대한 운명에 휘말리면서도 후치는 끝까지 한 마을 청년의 결을 잃지 않아요. 다른 종족의 일행과 함께하면서도, 자기 시선이 평범한 인간의 시선에 머무릅니다.

작품 후반에 후치가 드래곤 라자라는 거대한 칭호를 받은 뒤에도 그 결은 유지됩니다. 한 인물이 운명에 잠식되지 않고 자기 결을 끝까지 지킨다는 흐름이, 〈드래곤 라자〉의 가장 깊은 무게.

프로도 — 평범함을 잃어 간다

프로도의 결은 정반대입니다. 호빗의 평범함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반지를 짊어지면서 점점 그 평범함을 잃어 가요. 작품 마지막에 프로도가 운명의 산에서 반지를 차마 던지지 못하는 장면이, 그 평범함의 상실의 결정타입니다.

프로도가 결국 중간계를 떠나 회색 항구로 향하는 결말은, 한 호빗이 자기 평범함을 잃은 자리에서 더 이상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무게를 보여줍니다.

작품의 결을 결정하는 차이

이 두 결의 차이가 두 작품의 무게 자체를 결정합니다. 〈드래곤 라자〉는 평범함이 운명을 이긴다는 결로 끝나고, 〈반지의 제왕〉은 운명이 평범함을 잠식한다는 결로 끝나요. 정반대의 결.

저는 두 결 모두 좋아하지만, 한국 판타지의 결과 서양 판타지의 결이 결정적으로 다른 자리가 바로 여기라고 봅니다. 한국 판타지가 평범함의 회복을 추구한다면, 서양 판타지는 평범함의 상실을 받아들이는 결이에요.

비슷한 결의 다른 작품들

이 결을 따라가 보면 다른 작품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보입니다. 센과 치히로의 치히로는 평범함의 회복 결로 끝나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소피도 같은 결.

반대로 호빗의 빌보는 결국 반지에 영향을 받아 평범함을 일부 잃은 채로 작품을 떠납니다. 프로도와 같은 결.

제 결론 — 어느 결이 더 깊은가

두 결 어느 쪽이 더 깊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평범함의 회복은 위로의 결이고, 평범함의 상실은 비극의 결. 작품이 어떤 결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결말이 정해질 뿐.

저는 후치의 결을 더 자주 다시 읽는 편입니다. 거대한 운명에 휘말리고도 자기 결을 잃지 않는 후치의 모습이 더 따뜻하게 느껴져서요. 다만 프로도의 결이 작품의 무게로는 더 깊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결의 선택은 결국 독자의 결에 달려 있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