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판타지 · 게이트·헌터물

현대 판타지

현대 판타지는 검과 마법을 중세로 보내지 않고 지금 이 도시로 끌어온 갈래다. 어느 날 하늘에 균열이 열리고, 그 안에서 괴물이 나오고, 그것을 상대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이 직업이 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웹소설·웹툰의 주류가 이 형태다.

이 갈래를 지탱하는 장치는 네 가지다. 이계로 통하는 문(게이트·던전), 힘을 얻은 사람(각성자·헌터), 그 힘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표시(등급·시스템창), 그리고 그 힘을 누가 주었는가에 대한 답(성좌·후원). 이 네 가지가 어떻게 조합되느냐로 작품의 인상이 갈린다.

어디서부터 볼까

네 장치를 차례로 따라가면 갈래 전체가 보인다.

먼저 게이트·던전에서 이계가 어떻게 현실에 들어오는지를 본다. 무대가 정해져야 나머지가 붙는다.

다음은 각성자·헌터다. 누가 힘을 얻고 그것이 어떻게 직업이 되는가. 이어서 헌터 등급이 그 힘을 사회가 어떻게 줄 세우는지 보여 준다.

마지막으로 시스템·상태창성좌·후원은 '이 힘은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두 가지 대답이다. 전자는 규칙으로, 후자는 존재로 답한다.

자주 헷갈리는 부분운영자 의견

아래 글은 운영자 개인의 감상이며, 원작의 공식 해석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대 판타지와 게임 판타지를 같은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상태창이 뜬다고 다 게임 판타지는 아닙니다. 게임 판타지는 무대가 실제로 게임 안(가상현실)이고, 현대 판타지는 현실에 게임 같은 규칙이 덮이는 쪽입니다.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를 물어보면 대개 구분됩니다.

'헌터물'과 '게이트물'도 같이 쓰이지만 강조점이 다릅니다. 게이트물은 세계가 어떻게 변했는가에, 헌터물은 그 안에서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갖게 되었는가에 무게를 둡니다. 대부분의 작품은 둘을 겸합니다.

저는 이 갈래의 힘이 '출근'에 있다고 봅니다. 중세 이세계의 마법사는 멋있지만 멀고, 게이트 앞에 줄 서서 장비를 점검하는 각성자는 가깝습니다. 괴물을 잡고 돌아와 정산을 하고 세금을 떼이는 장면에서 독자는 자기 생활을 봅니다.

동시에 이 갈래는 가장 빨리 소모되는 갈래이기도 합니다. 장치가 표준화됐기 때문에 뼈대만으로는 아무 인상도 남지 않죠. 최근 살아남는 작품들이 등급이나 시스템보다 '이 힘을 준 존재가 무엇을 바라는가'를 파고드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페이지들에는 그 네 가지 장치를 하나씩 갈라 정리했습니다. 어느 조합이 자기 이야기에 맞는지 골라 보세요.

하위 분류

핵심 특징 요약

무대가 현실 이세계로 가는 대신 이세계가 이쪽으로 온다. 도시·국가·기업이 그대로 남아 힘과 부딪친다.

힘이 제도화된다 각성자는 협회에 등록되고 등급을 받고 세금을 낸다. 초능력이 직업이 되는 순간 이야기가 생긴다.

수치로 보이는 강함 상태창·등급·랭킹이 강함을 숫자로 노출한다. 독자가 판단을 대신 해 줄 필요가 없다.

성장이 곧 서사 게임의 레벨업 감각을 소설로 옮겨 온 갈래다. 오르는 맛이 전개의 동력이다.

다른 계열과 어떻게 다른가

현대 판타지 현실 도시에 이계가 침입한다. 각성자·등급·시스템.

정통 판타지 중세풍 이세계가 무대. 마법은 학문이자 신분이다.

이세계 전이·환생 주인공이 저쪽으로 간다. 무대가 통째로 바뀐다.

게임 판타지(VRMMO) 가상현실 게임 속이 무대. 죽어도 로그아웃하면 된다는 안전장치가 있다.

현대 판타지가 드러나는 순간

이 갈래 특유의 장면들.

첫 게이트 평범한 거리에 균열이 열리고 일상이 끝나는 장면.

각성 이름 없던 사람이 힘을 얻고, 그 힘의 등급이 매겨지는 순간.

등급 역전 낮은 등급으로 분류된 인물이 상위 등급을 넘어서는 장면.

공략과 정산 던전을 깨고 나와 보상을 나누고 세금을 떼는, 지극히 현실적인 뒤처리.

현대 판타지의 갈래

같은 장치라도 무엇에 무게를 두느냐로 갈린다.

던전 돌파와 전투 설계가 중심. 보스 공략의 쾌감.

압도적 강함이나 미래 지식이 전제. 통쾌함이 목적.

길드 운영, 아이템 감정, 던전 청소 등 주변 직업을 파고든다.

힘을 준 존재가 개입한다. 관찰당하는 감각이 긴장을 만든다.

이 갈래의 한계

장치가 익숙해진 만큼 함정도 뚜렷하다.

설정 과부하 게이트·시스템·성좌·등급을 다 넣으면 규칙 설명에 이야기가 눌린다.

수치 인플레 등급과 레벨이 오르기만 하면 긴장이 사라진다. 올라간 값에 대가가 없으면 무게가 없다.

사회 묘사의 생략 괴물이 나오는데 정부·언론·경제가 멀쩡한 세계는 금세 얇아 보인다.

기시감 각성-등급-던전의 뼈대가 이미 표준이라, 뼈대만으로는 차별화되지 않는다.

정통 판타지와 무엇이 다른가

무대만 바뀐 것이 아니다.

정통 판타지에서 마법은 배우는 것이고, 배움에는 스승과 세월이 든다. 현대 판타지에서 힘은 대개 주어진다 — 각성하거나, 시스템이 부여하거나, 성좌가 후원한다.

그래서 갈등의 축이 다르다. 정통 판타지가 '어떻게 강해질 것인가'를 묻는다면, 현대 판타지는 '이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이 힘은 누구의 것인가'를 묻는 쪽으로 기운다.

무협의 문파가 그러하듯 여기서는 길드와 협회가 인간관계를 만든다. 힘이 제도 안에 들어오면 정치가 생기고, 정치가 생기면 이야기가 길어진다.

창작 시 활용 팁

현대 판타지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정할 것은 '세계가 변한 지 얼마나 됐는가'다. 게이트가 열린 지 한 달이면 사회는 혼란이고 주인공은 개척자다. 20년이 지났다면 협회·자격증·보험·기업이 있고 주인공은 그 체계 안에서 위로 올라가야 한다. 이 하나로 갈등의 종류가 완전히 달라진다.

두 번째는 '힘의 출처를 밝힐 것인가'다. 시스템의 정체를 끝까지 감추면 미스터리 동력이 생기지만, 후반에 답을 내놓지 못하면 무너진다. 반대로 초반에 성좌·관리자를 공개하면 세계관은 안정되지만 신비감이 줄어든다. 감출 거라면 언제 어떻게 밝힐지를 먼저 정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역사·문화적 기원

이 갈래의 뿌리는 크게 둘로 본다. 하나는 2000년대 한국 게임 판타지다. 가상현실 게임을 무대로 상태창·레벨·퀘스트를 서사 장치로 쓰던 관습이 여기서 자리 잡았고, 2010년대에 그 장치만 현실 세계로 옮겨 온 것이 지금의 형태라는 설명이 널리 받아들여진다.

다른 하나는 현대 이능력물과 재난물이다. 도시에 괴물이 나타나고 특수한 사람들이 대응한다는 구도는 그 이전부터 있었다. 여기에 게임식 수치 표시가 결합되면서 지금의 게이트·헌터물이 되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개별 작품의 최초 사용을 특정하기는 어렵고, 특정 작품이 유행을 크게 넓힌 사례는 분명히 있다.

같이 보면 좋은 문서